[옆집언니 육아일기]②모유 수유 성공, ‘끝’이 아니었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이 끝나고 나와서도 모유를 늘리기 위한 노력은 지속됐다.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으면 좋다는 얘기에 시금치와 오이, 호박, 브로콜리 등 녹황색 채소로 가득했던 당시 한끼 식단의 모습.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이 끝나고 나와서도 모유를 늘리기 위한 노력은 지속됐다.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으면 좋다는 얘기에 시금치와 오이, 호박, 브로콜리 등 녹황색 채소로 가득했던 당시 한끼 식단의 모습.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아이와 나의 합은 아주 미미하게나마 점점 맞아갔고, 젖몸살도 나아졌다. (오케타니가 효과가 있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자의 경우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역시 조리원 선생님들의 얘기였지만 젖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 젖양을 늘리기 위해선 아이가 계속 모유를 먹어야 한다는 얘기에 한쪽에 40분씩 1시간을 넘게 먹이고 나면 목과 어깨 허리가 너무나 뻐근했다.
아직 몸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세 시간에 한번씩 한시간이 넘는 모유 수유를 하는 길은 너무나 고됐다. 모유 수유를 하고 나면 남은 모유를 모두 유축해야 그만큼 또 는다는 얘기에 아이가 내려가고 나면 바로 또 유축을 시작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당시 난 모유 수유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것 같다.
물을 많이 마시면 모유 양이 늘어난다는 조언에 하루에 2리터 짜리 생수 두병씩 마셨고 녹황색 채소도 많이 먹었다. 모유 양 늘리는데 좋다는 차도 마셔봤는데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물 덕분인지 태평이가 모유를 잘 먹은 덕분인지 오케타니 덕분인지 모유 양은 점점 늘어났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 쥐어 짜도 나오지 않던 모유는 시간이 되면 자연히 흘러 나오는 (처음엔 꽤나 당황스러운) 상태가 됐다.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모유만큼 나는 피폐해졌다. 분명 산후 조리를 하기 위해 조리원에 왔는데 모유 수유를 하고 유축을 하고 조금 있으면 또 모유 수유를 하는 쳇바퀴 속에서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몸만 힘든게 아니라 마음도 힘들었다. 처음 하는 모유 수유와 그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들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모유가 흘러 나오는..어느순간 마치 호수에서 물을 뿜는 듯한 상태로 접어들 때의 당혹스러움이란..^^;;;)로 나의 여성성은 저 아래까지 떨어졌다. 목장의 젖소가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니..
밤 수유는 정말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듯했다. 기자가 있었던 조리원은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곳이었기에 새벽에도 모유 시간이 되면 칼 같이 전화벨이 울렸다. (애초에 모유수유 생각이 없다면 조리원 선택 시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지 여부를 알아보고 가는게 좋다. 괜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그럴 때마다 전화기를 집에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결국 열흘째 되던 날부터 새벽 12시 이후 5시 이전엔 직접 수유를 하지 않을 테니 유축해 놓은 모유를 먹여 달라고 얘기했다. 조리원 선생님은 그래도 계속 하는게 아이에게 좋다고 설득하려 했지만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러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었다.
모유 수유 초기 시절 나의 분신과 같았던 유축기. 아마도 하루의 3분의 1은 유축기와 함께 했던 것 같다. 기자는 이 유축기를 렌트해 사용했는데 따로 구입해야 했던 템브레인과 호스 등은 아직도 영광의(?) 그 시절을 기억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다. 사진=메델라 홈페이지 캡처
모유 수유 초기 시절 나의 분신과 같았던 유축기. 아마도 하루의 3분의 1은 유축기와 함께 했던 것 같다. 기자는 이 유축기를 렌트해 사용했는데 따로 구입해야 했던 템브레인과 호스 등은 아직도 영광의(?) 그 시절을 기억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다. 사진=메델라 홈페이지 캡처
그렇게 다섯 시간을 충분히 자니 조금 사람이 된 듯 했다. 물론 유축을 하지 않고 세시간 정도가 지나면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하고 모유가 마구 흘러 나온다. 네 시간만 지나도 모유 수유나 유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돌까지 완모를 했다는 말에 주변에서 모유 수유의 팁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둘째를 낳으면 또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긴 하다. 몰랐으니 가능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모유를 먹으면서 나를 보는 아이의 눈빛과 입모양이다. 단언컨대 그 장면과 감정은 아마 죽을 때까지도 잊지 못할 장면이면서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거다. 그래서 유축한 모유를 먹일 때는 남편들이 손을 드는게 좋다. 100%는 아니지만 비슷하게나마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아마도 열흘째 되던 날 밤 수유 한 번은 건너 뛰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았다면 제 풀에 지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늘 모유 수유를 할 때 처음부터 너무 조급해하거나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모유 수유를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수유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히 터득하게 된다.
*모유수유의 길이 여기서 끝난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조리원 생활 2주차에 접어 들자 이제는 아이가 빠는 힘이 너무 세져서 문제였다.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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