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스토리]값싸고 다채로운 맛 뽐내는 싱가포르 현지식

큰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종종 장을 보러 간다. 슈퍼마켓에 가기 전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가는 토스트 가게가 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아침식사를 밖에서 사 먹는 경우가 많고 그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카야 토스트다. 대부분 세트메뉴로 주문한다.

카야 토스트 세트의 모습. 달걀 그릇은 두 개가 겹쳐져 나오는데 하나는 달걀을 담고 하나는 껍질을 담는다. 커피는 잘 저어 먹어야 컵 밑에 가라앉은 연유가 섞인다.

바싹하게 구운 식빵에 카야 잼을 듬뿍 바르고 버터를 한 조각 잘라 끼워 넣은 토스트, 진하게 우려낸 커피에 연유를 넣은 싱가포르식 커피 ‘코피’, 겨우 날달걀을 막 면한 듯 보이는 아주 살짝 익힌 삶은 달걀 두 개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아침식사다. 처음 카야 토스트 세트를 먹던 날 달걀이 잘못 나온 것이 아닌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있다. 반액체 상태의 달걀에 소금을 치거나 간장을 뿌려 숟가락으로 떠먹고 바싹하게 구워 식감이 약간 거칠어진 식빵을 찍어 먹는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지만 먹어보면 나름대로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있다. 한국 사람 중에는 카야 토스트와 싱가포르식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 달걀은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이들은 대부분 좋아한다. 둘째 딸 아이는 오히려 완숙된 삶은 달걀은 아예 거부하는 수준이 됐다.

닭고기 볶음과 양배추 볶음, 생선구이, 계란프라이를 담았다. 가격은 한화 4000원 정도다.
닭고기 볶음과 양배추 볶음, 생선구이, 계란프라이를 담았다. 가격은 한화 4000원 정도다.

점심 식사를 하러 가끔 들르는 집 근처 식당. 여기서는 ‘징지판’이라고 하는 중국식 식사 메뉴를 파는데 우리나라식으로 치면 가정식 백반집이나 대학 구내식당과 비슷하다. 가정에서 쉽게 해먹을 법한 몇 가지의 고기와 생선, 채소 요리 등을 늘어놓고 커다란 접시 하나에 밥과 몇 가지 반찬을 스스로 선택해 먹는 식사다. 간이 세지 않고 혼자 가더라도 고기와 생선, 채소를 골고루 먹을 수 있어 좋다.

고급 요리를 내놓는 레스토랑이 아니니 당연히 가격도 저렴하다. 열 한 시쯤 가면 그 날의 반찬이 막 나오는데 주변 아파트와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해서 조금만 늦게 가면 음식이 다 팔리기 일쑤다.

인상적인 것은 요리 자체가 매운 조리법으로 하는 메뉴가 아닌 이상 채소볶음이든 고기 요리든 고추를 넣어 맵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 우리나라였으면 분명히 매콤한 맛을 추가했을 법한 요리들도 순한 맛 그대로 낸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엄마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고 고맙기까지 하다. 이런 식당은 중국계가 많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흔하게 볼 수 있고 큰 곳은 수십 가지의 음식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계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도 많이 이용한다.

 

 

 

 

 

 

 

 

싱가포르 호커센터의 모습. 호커센터는 역사가 깊고 장인정신을 가지고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운영하는 식당들도 많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식사 장소는 작은 노점 여러 곳을 모아놓은 푸드코트인 호커센터다. 로컬 음식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 음식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한 장소에서 먹을 수 있어 매력적인 곳이다. 에어컨은 대부분 설치돼 있지 않지만 천장에 달린 큰 팬이 돌아가거나 통풍이 잘 되도록 지어졌다. 한국의 푸드코트처럼 스스로 음식을 사다 먹지만 다 먹은 그릇은 직원이 치워준다.

노점 음식이라도 위생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정부 차원에서 매우 철저히 관리하는 덕분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워낙 식당 물가가 비싼 싱가포르에서 보통 사람들도 부담 없는 가격에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누구나 애용한다. 식사류뿐 아니라 한 자리에서 디저트와 커피, 음료수까지 먹을 수 있고 저녁에는 맥주를 한 잔 하기 위해 들르는 사람도 많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하이난 치킨라이스. 삶은 닭고기에 쌀밥, 고추소스, 간장, 닭 수프를 곁들인다. 닭고기가 연하고 함께 나오는 채소가 부드럽고 짭짤해 아이들이 먹기에 좋다.

한적한 외곽지역은 물론이고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 한가운데 등 싱가포르 전역에서 크고 작은 호커센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메뉴 선택의 폭이 다양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식사하기에 좋고 음식 맛도 괜찮다.

호커센터가 저렴한 식사의 대명사라면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로 손꼽히는 것은 칠리크랩이다. 칠리크랩은 볶은 게에 칠리 소스와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내어 매콤달콤한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요리다.

칠리크랩. 소스가 넉넉하게 나와 밥이나 빵과 함께 먹기에 좋다. 매콤달콤한 소스와 쫀득하고 고소한 게살의 맛이 잘 어울린다.

칠리크랩은 부드러운 게살에 감칠맛 나는 소스가 어우러져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바삭한 새우튀김인 시리얼 새우와 소스에 비벼 먹을 수 있는 볶음밥을 사이드 메뉴로 시킨다. 만토우나 번 같은 빵에 찍어먹기도 하지만 게를 발라 먹고 난 후 게살이 섞인 소스에 밥을 슥슥 비벼먹는 맛도 일품이다.

통후추로 맛을 내어 매콤한 맛이 두드러지는 블랙페퍼크랩도 인기다. 칠리크랩에 비해 국물이 없고 매운 맛이 더 강조됐다. 달달한 맛보다 조금 더 칼칼한 맛을 원한다면 페퍼크랩을 선택하는 게 좋다. 아이들을 위해 매운맛을 첨가하지 않고 통으로 쪄낸 크랩을 함께 주문해서 먹으면 멋진 가족식사가 된다. 칠리크랩과 페퍼크랩 모두 싱가포르 대표 메뉴인 만큼 슈퍼마켓에 소스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직접 소스를 사서 가정에서 게나 새우 요리에 활용하는 것은 저렴한 비용으로 싱가포르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팁이다.

싱가포르=박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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