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핫! 두바이]’인내의 시간’ 라마단

지난해 6월. 이 곳 두바이에서 라마단(Ramadan)을 처음 맞이했을 때 일이다.
아무 준비도 없이 집을 나섰는데 세 살짜리 둘째 아이가 배가 고프다며 울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문을 연 레스토랑은 한 군데도 찾을 수 없었다.

두바이 국제학교에 라마단을 축복하는 문구가 걸려있다. 라마단 카림(Ramadan Kareem)은 ‘라마단의 축복’이라는 뜻으로 라마단 기간 중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주변에 있던 안내원에게 아이에게 음식을 먹일 만한 장소가 있겠냐고 묻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쪽으로 가면 슈퍼마켓이 있고 저 쪽에 가면 기저귀 교환하는 곳이 있어요.” 슈퍼마켓에서 빵이나 우유를 사와서 기저귀 교환하는 곳에 가서 먹이라는 것이다. 기가 찼지만 유일한 대안이었다. 결국 부랴부랴 빵과 우유를 사와 기저귀 교환하는 곳으로 갔다. 이미 다른 한 가족이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기에 문 밖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들어가서 허겁지겁 식사를 마쳤다.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한 첫 라마단 경험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라마단이 시작됐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의 9번째 달로, 이슬람 교도들에게 있어서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달이기도 하다. 라마단은 ‘땅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열기’라는 뜻의 아랍어 ‘라미다(Ramida)’에서 파생된 단어다. 뜨거운 열이 쇠나 플라스틱 등 모든 것들의 모양을 변형시키듯, 라마단 기간에는 선한 행동을 통해 인간의 정신이나 육체, 행동 등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간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에는 식사나 흡연, 심지어 물을 마시는 행위도 금한다. 이슬람 교도들은 이 ‘인내의 과정’을 통해 선한 마음을 다지고, 나쁜 마음은 털어버리며, 믿음을 단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라마단 기간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에는 대부분의 레스토랑 및 커피숍이 문을 닫고, 저녁 7시 이후 해가 지고 나면 영업을 시작한다.

이슬람 교도들이 ‘인내의 달’이라고 표현하는 것만큼, 라마단은 쉽지 않은 시간이다. 특히 올해처럼 더운 여름과 라마단이 겹치게 되면, 그 고됨은 배가 된다. 무슬림이 아닌 관광객이나 이주민들 역시 특히 조심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관광객이라 할지라도 공공장소에서, 심지어 차 안에서도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거나, 혹은 껌을 씹는 행위가 금지된다.

라마단 기간 동안에도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 및 아이들을 위해 대형 몰 안에 일부 푸드코트는 영업을 한다. 대형 칸막이를 통과하면 안쪽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기간 낮 동안에는 대부분의 음식점과 커피숍은 문을 열지 않는다. 따라서 집에서 미리 음식을 먹고 외출을 하는 것이 필수다. 대형 몰에는 푸드코트 한 켠에 ‘논 무슬림(non-muslim)을 위한 코너가 있는 경우도 있다. 대형 칸막이를 통과하면 그 안에 한 두 군데의 식당이 열려있고, 이 곳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두바이 시내 몰 입구에는 단정한 옷차림을 권유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음식 뿐 아니라 옷차림도 조심해야 한다. 두바이의 경우 라마단 기간에는 몰이나 공원 등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학부모들에게 평소보다 정숙한 옷을 입을 것을 권유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한다. 차 안이나 집 안에 있을 때에도 음악은 작은 소리로 틀어야 한다. 다른 차나 행인들, 이웃집에 음악이 들리는 것은 상당히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대추야자

라마단 기간 이슬람 교도들은 해가 진 이후에야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 해가 지면 물과 대추야자를 먼저 먹은 후 기도시간을 갖고 이프타(Iftar)라고 불리는 저녁식사를 즐긴다. 금식 후 식사를 즐기다 보니 라마단 기간에는 급체하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라마단 기간동안 구급차 출동 횟수가 크게 증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평소보다도 더 적은 음식을 먹고, 되도록 천천히 먹으라고 조언한다. 금식 후 과식을 하게 되면 소화불량이나 급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식사 전에 물을 마시고 대추야자와 같이 말린 과일을 먹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물과 대추야자로 식사를 시작하는 것은 금식으로 인해 떨어져있는 몸 속 수분을 보충하고, 당 수치를 천천히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두바이=김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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