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언니 육아일기]⑦”이유식요? 손목이 나가도 직접 해 먹일게요”

이유식을 시작한 지 열흘 째 되던 날 만든 ‘감자 이유식’. 감자 이유식은 생 감자를 강판에 갈아 익히면 됐기 대문에 그나마 편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아이의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나는 대라서 손목 관절이 많이 아프기 대문에 강판에 감자를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유식 그거 뭐 거버(Gerber) 먹이면 되지 어렵냐? 유난 떨지 말고 편하게 해”

이유식 만들기가 힘들다는 지나가는 말에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이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하신 말씀이었을 거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는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5개월짜리 아이에게 벌써 가공식품을 먹이라고 하다니. 그리고 이유식을 해먹이는 엄마에게 ‘유난을 떤다’ 말하다니…’

부모님 세대가 우리를 키울 때만 해도 수입산 이유식은 품질 면에 있어 국산과 비교가 안될 수 없는 최고의 제품이었다. 특히 수입산 이유식 중에서 거버는 국민 이유식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가격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던 게 사실이다. 지금이나 그때나 자식을 위해서라면 꽁꽁 닫혔던 지갑도 주저없이 여는 게 부모 마음 아닐까. (사실 그 때는 거버 이유식을 사지 못해서 못 먹인 부모가 많았다고 한다. 친구 어머니만 해도 돈이 없어서 거버를 못 먹이고 쌀을 불린 물을 끓여 먹였다고 했으니…어릴 때 거버를 먹고 자란 나는 부모님이 고마울 따름이다.)

거버는 세계적인 식품업체인 네슬레가 생산하는 간편 이유식이다. 밀폐된 용기에 대용량으로 만들어 파는 제품으로 유통기한도 상당히 길어 사두고 편하게 먹일 수 있다. 그래서 지금도 거버를 포함한 많은 수입산 간편 이유식은 엄마들에게 사랑 받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엄마들 중에서는 대부분 쌀과 고기, 채소를 이용한 한식 이유식을 해 먹이거나 사 먹이지 간편 이유식을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지금도 수입산 이유식을 먹이는 엄마들도 많고 엄마들도 있고 이유식 재료로 활용하는 엄마들도 있다. 그 역시 선택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논란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나는 한국식 이유식을 해 먹이는 게 왜 좋은지를 중심으로 글을 쓰겠다.)

어머니 세대가 아이들을 키울 때로부터 30년 가량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유식에 대한 다양한 방법과 논의가 이루어 졌다. 그 결과 적어도 밥과 반찬이 주식인 우리나라 아이들은 그에 맞는 이유식을 먹이는 것이 올바르다는 결론이 모아지면서 아마도 이유식 스타일도 바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이유식은 4~6개월 사이에 시작한다. 젖을 주식으로 먹던 아이가 어른이 먹는 밥을 먹기 위해 하는 훈련(?)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 이유식시기를 통해 각종 음식 재료에 대한 알러지 체크와 함께 모유나 분유로 보충할 수 없는 영양분을 섭취하는 역할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빵과 우유, 소시지, 과일을 주식으로 먹는 서양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의 이유식에도 차이가 있어야 하는 건 맞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이유식 트렌드도 물론 앞으로 또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육아와 관련된 모든 상식은 시간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니까.

또한 간편 이유식은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인 만큼 유해 성분 첨가 여부를 철저하게 따지는 요즘 엄마들의 선택을 받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나는 2~3권의 이유식 책을 끼고서 초기 이유식을 시작으로 완료기 이유식까지 8개월여 간의 이유식 대장정을 시작했다. 당시 이유식 시기를 마무리하면서 올린 SNS의 글을 찾았더니 이렇게 써있다.

“초기 이유식은 모유 수유를 하면서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쌀을 빻고 가느라 손목이 나가는 줄 알았고, 중기 이유식은 고기랑 야채를 다지면서 손목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 완료기 이유식은 그나마 채소를 다지는 게 손에 익으면서 편해졌다”고.

다행히 지금 나의 손목은 자판을 열나게(?) 두드려도 아프지 않은 상태로 잘 살아 있지만 그만큼 고생스러웠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하지만 그 덕분에 해초비빔밥부터 문어에 각종 나물들까지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태평이의 식습관이 만들어 졌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아이의 온순한 성향도 한 몫 단단히 했다고 보긴 하지만. 스스로 이렇게 공을 치하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힘들긴 했다 ^^;;)

태평이가 20개월 정도 됐을 때의 한 끼 식사. 거의 대부분의 경우 태평이는 야채와 생선, 고기 등을 골고루 해주면 남김 없이 먹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편식하지 않고 잘 먹는 태평이를 늘 칭찬하며 “엄마가 이유식을 열심히 했나봐요~ 재료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거 보면” 이라고 할 때의 그 쾌감은.. 그만큼 아이들의 식습관과 연관이 깊은 이유식은 잘 거쳐야 한다. 사서 먹이든 만들어 먹이든 과정에 맞게 다양한 재료를 먹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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