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언니 육아일기]⑧빻고 또 빻고..’맨 땅에 헤딩’ 초기 이유식

“탕탕탕탕”

결혼할 때 가져온 물건 중 과연 쓸 일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 중 하나였던 절구를 처음 쓰는 순간이었다. 이유식을 만드는 데 절구를 쓰게 될 줄이야…^^;;

임신 전까지만 해도 이유식은 거버를 사 먹이면 되는 줄 알았다. 친구들보다 결혼도 빨리하고 아이도 빨리 낳아 (귀찮은 걸 싫어해 애 낳기 전에도 별로 알아 본 것이 없다. 젖병도 소독기도 공갈젖꼭지도 하나 사두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나름 조리원에서 충분히 살 기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깔려 있었다) 정보가 부족했고 의심(?)이 많았던 나는 이렇게 무식하고 대담하게 절구까지 써가며 이유식을 시작했다.

물에 불린 후 햇빛에 말려 뒀던 쌀을 절구에 빻자 조금씩 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령부족이었는지, 아니면 많이 불리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잘 빻아지지가 않았다. 결국 힘 좋은 남편이 나섰다. 드디어 잘 갈리기 시작한다. (역시 시간이 갈수록 남편의 할 일이 늘어난다ㅋㅋ)

내가 읽었던 책엔 초기 이유식 만드는 법으로 쌀을 불렸다가 말려서 빻아 가루로 만들어 미음을 쑤라고 해서 그대로 따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쌀밥을 지은 쌀을 물에 불려서 그걸 으깬 후 체에 걸러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쉽게 만들어 볼 생각 한번 해보지 않고 무식하게(?) 책에 쓰여진 대로 따라했다.

초보 엄마였기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혹여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우리의 엄마 세대(현재 50~70대)들이 “요즘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아니라 책이랑 인터넷이 키운다”고 질책하는 것이 아마도 딱 이런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일 테다.

기본적인 틀만 유지하면 그 안에서 어떻게 만드는지 정도는 엄마의 감(感)과 요령에 따라 ‘융통성 있게’ 하면 되는데 너무 책에 쓰인 대로 따라했더니 더 복잡하고 힘들었다.

초기 이유식은 쌀과 찹쌀, 감자 등 곡류 등을 곱게 갈거나 으깨 죽을 쑤어서 만든다. 아이가 빨지 않고 입으로 받아 먹는 것을 경험하고 적응해 나가는 초기 과정으로 여전히 주식(主食)은 모유나 분유다. 숟가락에 있는 음식물을 먹는 걸 경험한다는데 의의를 두고, 첫 2주 정도는 곡류 미음을 시도했다. 이후 소고기와 각종 야채들을 추가하면 아이는 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엄마는 아이의 식재료에 따른 알레르기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초기 이유식을 마무리 할 때쯤 마트에서 발견한 건데 곱게 빻아 놓은 쌀가루도 요즘은 다 판다. 이런 걸 이용하면 훨씬 수월하게 초기 이유식 시기를 마칠 수 있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그냥 있는게 아니다. 의심 많은 내 성격이 고생을 초래한 것인데 누굴 탓하랴. (물론 아이가 밤에도, 낮에도 잘 자는 편이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낮 생활 동안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달라진다. 그래서 주위의 초보 엄마들에게 초기에 잠을 잘 자는 아이로 잘 교육만 시켜도 육아 스트레스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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