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Why] ’튼튼한 뼈’ 위해 우유 꼭 마셔야 할까②

우유는 뼈를 건강하게 해주는 완전 식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학계와 의료계에서 우유가 가진 문제점을 산발적으로 지적해 왔지만 우유제조업계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카르텔의 위력도 견고하다.

◇낙농업계 중심 견고한 카르텔

그간 우유 제조업체들은 오랜 기간 광고와 학술연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유의 효능을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왔다.

특히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를 돌아 한국의 우유 제조사들까지도 초등학교 급식 납품을 통해 우유는 뼈 건강에 도움이 되며 성장기 아이들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식품이라는 인식을 심는데 성공했다. 이후로 연령을 넓혀가며 누구나 먹어야 하는 완전 식품이라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축적한 우유 제조 업체들은 언론과 의료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의료업계에선 한식(韓食)은 적정량의 칼슘을 공급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국민 한 명당 실제 일일 칼슘 섭취량은 권장량에 못 미친다며 흡수율이 높은 우유를 통해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최근 우리 정부도 교육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모든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우유 급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고 우유 소비 기반을 확대해 낙농 사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현재 학교 자율에 맡겨 뒀던 우유 급식을 의무화 한다는 계획이다.

◇우유, 건강에 “이롭다 vs 해롭다” 논쟁 치열

하지만 우유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책임 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는 “우유 섭취는 뼈를 튼튼하게 하지도, 골다공증을 예방 하지도 못한다”며 “오히려 여러 건강 문제를 유발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단백질 섭취가 충분한 현대인들은 우유에 포함된 동물성 단백질이 체내 혈액을 산성화 시켜 오히려 뼈 건강에 안 좋으며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아이스크림 업체 베스킨라빈스의 상속을 포기하고 환경운동가 겸 채식옹호자로 활동하는 존 로빈스는 저서 ‘음식혁명’에서 “낙농업계가 만드는 광고는 우리 영혼에 교묘하게 침투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며 “낙농업계가 자사 제품 광고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1년에 수억 달러를 쏟아 붓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로빈스는 우유가 사람의 몸에 해로운 이유를 조목조목 따지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동물성 단백질과 뼈 손실의 관계를 볼 때 유제품 소비가 늘어남으로써 칼슘 균형이 악화되는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은 유제품이 뼈를 강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광고가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 것 확인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부터 시작된 이 같은 우유 논란에다 실제 갈수록 줄어드는 우유 소비 추세는 낙농업계에 커다란 악재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국내 낙농업계를 대표하는 집단 중 하나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며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그중 하나가 지난 1일 세계 우유의 날을 기념해 ‘의사들은 왜 우유를 권하나’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이다.

이 자리에서 이승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우유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객관적이고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각 분야 의사들도 우유가 뼈를 건강하게 해 성장은 물론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좋고, 당뇨 예방과 비만 예방, 두피 각질도 없애준다는 점을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명했다.

◇채식 ·두유, 우유 대체재로 인기

시사 프로그램과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우유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칼슘을 섭취하기 위해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유 대체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 채식과 두유 섭취다. 옹호자들은 “한식은 우유를 마시지 않아도 칼슘을 섭취하기에 충분하다”며 “칼슘을 많이 함유한 녹색 채소를 비롯해 멸치 등 어류, 김 등 해조류를 이용해 다양하게 식단을 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멸치는 △햇볕에 말리거나 △식초에 담그면 칼슘 흡수율이 높아진다. 또한 △곱게 갈면 칼슘 흡수율도 높이고 천연 조미료로도 사용할 수 있어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간 낙농업계의 공격에 기를 펴지 못했던 두유에 대한 재평가도 활발하다. 두유는 포화지방산이 적어 우유와 비교해 심장질환 발병 가능성이 낮고, 콜레스테롤도 함유하고 있지 않아 우유와 비교해 심장과 심장 혈관계에 훨씬 이롭다.

출처=통계청

◇”마셔? 말어?” 고민하는 소비자

우유를 계속 마셔야 할지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진실이라고 생각해왔던 상식을 하루 아침에 깨는 건 당연히 힘들다. 양쪽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 선뜻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단순화해서 자연의 섭리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많은 것들은 결과론적으로 인류에 해(害)가 되어 돌아왔다.

신야 히로미는 그의 저서에서 “우리 몸에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유아기 이후 없어지는 건 유당이 필요 없다는 자연의 섭리”라며 “인간만이 필요도 없는 유당을 나이가 들어서, 그것도 다른 종(種)인 소의 젖을 통해 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지구에 존재하는 여러 종의 생명 가운데 인간만이 다른 종의 젖을 마시며, 다 자라서, 그것도 다른 종의 젖을 마시는 건 인간이 유일하다.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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