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언니 육아일기] ⑩칼과 ‘곰돌이 다지기’로 버텨낸 중기이유식

“다다다다다”

중기 이유식을 만드는 당시 우리 집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칼질 소리였다. (무협 영화도 아니고 무슨 칼질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 인생에서 칼질을 가장 많이 한 때가 아닐까 싶다. 직접 이유식을 해 먹인 경험이 있다면 100% 공감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유식 초기에 절구와 체가 나의 오른팔과 왼팔이었다면 이유식 중기엔 칼과 ‘곰돌이 다지기’가 그 자리를 꿰찼다.

중기 이유식은 보통 생후 7~9개월 사이에 시작한다. 미음 형식의 초기 이유식과 비교해 덩어리가 조금 더 느껴지는 형태다. 덩어리가 살짝, ‘아주 살짝’ 져야 하기 때문에 재료를 갈지 않고 잘게 다지는 게 포인트다. 때문에 무한 칼질을 하게 되는데 결혼 전 음식 준비할 기회가 적은 요즘 엄마들에겐 여간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끔 다지기가 아주 잘 되는 날도 있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온 날이나 아이가 특히 떼를 많이 쓴 날은 그렇게 잘게 다져질 수가 없었다 ㅋㅋ)

중기 이유식 초기만 해도 손목에 무리가 많이 왔다. 당근 같은 딱딱한 채소를 다질 때는 점차 손목의 감각이 마비되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곰돌이 다지기를 알게 됐다. 써보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곰돌이 다지기 역시 손목을 아예 안쓰는 것도 아니고, 사용할 때 다소 시끄럽다는 단점이 있지만 칼로 다지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수월하고 시간도 절약된다. (아마 곰돌이 다지기가 없었다면 나의 손목은 지금도 터널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곰돌이 다지기는 중기 이유식 때 유용하게 잘 쓴 잇템이었다. 나중에 지인들에게 추천도 많이 했다.)

중기 이유식 시기에 아이는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 호기심도 많은 때라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어느 시기가 안 그렇겠냐마는 ㅋㅋ. 그래서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수고로움을 덜고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참고로 곰돌이 다지기는 ‘햄버거스테이크’를 만들 때도 요긴하다. (조금 다른 얘기긴 하지만 햄버거스테이크는 아이들이 맛있어 할 뿐만 아니라 냉동해서 얼려 두면 비상 식량으로 딱이다. 또 아이와 함께 만들면서 촉감 놀이도 할 수 있어 일석 삼조다.)

중기 이유식을 먹고 있는 태평이의 모습. 이유식은 제자리에 앉아서 숟가락으로 떠 먹는 연습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유식 얘기가 나오면 가끔 아이가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다며 하소연 하는 엄마들이 있다. 아이들이 이유식을 거부하는 이유는 숟가락으로 먹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맛이 없어서 등 다양하다.

간혹 ‘돌도 안된 아이가 뭘 알겠냐’며 무심결에 지나치는 엄마들도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앞서 말한 대로 이유식 시기는 고형식의 밥을 먹는 연습을 하며 밥 먹는 ‘습관’을 들이는 때인 만큼 이 시기의 습관이 커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엄마의 사소한 부주의나 무관심은 이유식 거부 사태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이유식을 먹기 전에 분유나 모유를 먹이는 케이스다. 어른들도 배가 부르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안 먹히는데 배부른 아이에게 익숙하지도 않은 이유식을 먹으라고 하면 그게 먹힐까.

간혹 아이가 너무 보채니까 우유나 과자를 먼저 조금 먹여 허기를 달래주는 엄마도 있다. 대개 이런 경우가 잦아지면 아이가 이유식을 거부하고 우유만 먹거나 과자만 먹으려고 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이유식은 먹고 나서 배가 든든해 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우유는 마시면 금방 배고픔이 해결되기 때문에 배 고프면 무조건 우유만 찾는 식이다.

지인의 중 한명은 아이가 다섯 살이 된 지금도 배고프면 우유만 찾기 때문에 식사 시간만 되면 늘 전쟁을 치른다. 오래도록 부모와 아이가 서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중기 이유식부터, 적어도 후기 이유식부터는 먹는 것을 ‘교육’의 일환으로 생각하는게 좋다.

결론적으로 이유식은 먼저 준비해 놓고 아이의 배꼽 시계가 언제쯤 울릴지 엄마가 잘 파악한 상태에서 체계적인 이유식을 한다면 이 시기도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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