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언니 육아일기] ⑪7개월 된 아이와 유럽여행-여권사진 찍기편

어느덧 6월이다. 싱글이었다면 아마 지금쯤 비행기표에 숙박까지 모두 예약을 마치고 떠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때다. 하지만 이제 막 돌도 안된 아이를 둔 초보 맘은 무한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다. ‘올해는 아이를 위해 휴가를 포기할 것이냐, 나를 위해 아이를 두고서라도 여행을 갈 것이냐.’

특히 1980년 이후 태어난 세대라면 일년에 한번은 국내 여행이든 국외 여행이든 떠나는 게 흔한 일이다. 20대 초반에는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휴가를 모아 가까운 곳이라도 떠나는 문화가 형성된 세대다. 이 세대가 아이 엄마가 됐다고 해서 여행을 가고 싶지 않을까. 모두가 겪어 봐서 알지만 엄마가 됐다고 해서 사람이 갑자기 확 바뀌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2013년 이맘때였다. 주변에서 여름 휴가를 준비한다는 얘길 듣자 나의 동공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실에서 노는 아이를 한번 보고 여행 갔을 때의 사진을 한번 보면서 결국 한숨만 쉬었다. (친정, 시댁의 도움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여름 휴가를 간다면 태평이는 무조건 같이 데리고 가야 했다.) ‘저 어린 것을 데리고 여행을 가는 건 무리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나의 손은 노트북으로 항공권을 찾고 있었다. ‘아니 뭐, 꼭 간다는 건 아니고 한번 알아는 보자. 요즘은 항공권이 얼마나 하나.’

이렇게 ‘미미’하게 시작한 여름 휴가 계획은 시간이 갈수록 ‘창대’ 해졌다.

우선 항공권을 끊으려면 아이의 여권이 필요했다. 여행 가기 전 가장 힘들었던 걸 꼽으라면 단연 태평이 여권 사진 찍기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생후 4개월 아이의 여권 사진을 찍는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난다.

여권 사진은 배경이 흰색이여야 하고 얼굴이 정면을 보고 있어야 하며 양쪽 귀가 모두 보여야 한다. 또 입을 벌리고 있어도, 밝게 웃어도 안된다. 아기라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

고심 끝에 아이를 흰색 커버로 덮인 침대에 눕혀 찍기로 했다. 위에서 엄마가 주의를 끌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어디서 생긴 건지..ㅎ (아마도 빨리 사진을 찍고 여권을 받아 항공권을 끊고 싶은 마음에 급했던 것 간다.) ‘고개를 돌렸네’, ‘웃었네’, ‘귀가 안보여,,,,ㅜㅜ’ 셔터를 수백 번 누른 끝에 겨우 한 장을 건졌다.

태평이 생의 첫 여권 사진을 찍던 순간. 한창 뱀 인형을 좋아하던 때라 인형으로 주의를 끌려고 했는데 결국 빼앗겼다. ㅎㅎ 이후 수 백번의 셔터를 누르고 태평이가 한바탕 운 끝에 쓸 만한 사진 한장을 건졌다.

하지만 사진 속 딸의 미모는 지못미..하필 붉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찍어서 흰색 배경과 맞물리니 촌스러움의 극치였다. 게다가 100일이 지난 후라 살이 포동포동 올랐는데 눕혀서 찍었더니 얼굴은 어찌나 넙데데한지..(이 사진을 본 지인은 중국의 어느 부잣집 딸 같다는 소감을 얘기 하기도..ㅋㅋ)

태평이는 아직도 이 여권을 사용한다. 무표정하게 일하던 공항 관계자들도 태평이의 여권을 보면 크게 한번 웃곤 몇 번씩이고 태평이 얼굴과 여권을 들여보며 “이 아이가 이 아이가 맞냐?”고 묻곤 한다^^;; (아마 돌 전에 여권 사진을 찍어 봤다면 비슷한 경험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돌이 지나면 활동량이 많아지고 살이 빠지면서 미모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머리발’까지 더해지면서 돌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만약 나처럼 집에서 여권 사진을 찍는다면 구청 홈페이지에서 조건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조건에 맞을 법한 사진을 여러 장 찍어서 인화해 가는게 좋다. 여권 사진은 조건이 까다로워서 자신만만하게 사진 한 장만 달랑 들고 갔다간 보기 좋게 허탕을 치고 올 수도 있다.

처음부터 사진관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때도 대부분 엄마가 동원 되고 수십 장을 찍은 끝에 한 장을 성공한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시간과 노력이 덜 들어 간다. 사진이 그럴 듯한 것도 더해서.

(요즘은 성장 사진이라고 해서 50일 사진 100일 사진 등을 찍는다. 혹시나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갈 생각이 10%라도 있는 엄마라면 이 때 여권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기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는 아무래도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비가 다양하다.)

중요한 팁 한가지. 구청에 따라 민원여권과에서 ‘키즈맘 창구’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키즈맘 창구는 36개월 미만의 아이를 동반하면 우선해서 여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여권 신청하러 구청을 찾아본 사람을 알겠지만 시간을 잘못 맞춰 가면 한시간도 더 걸린다.

어린 아이를 안고 가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해당 구청에서 키즈맘 창구를 운영하는지 알아보고 가면 한결 수월하다. 내가 간 곳은 용산 구청이었는데 확인해보니 여전히 키즈맘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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