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언니 육아일기]⑫7개월 된 아이와 유럽여행-항공권 예매편

여권도 신청했겠다 여행지를 고를 일만 남았다. 어디든 일상을 탈출하기만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가까운 홍콩, 멀어야 싱가포르 정도를 생각했다. 싱가포르만 해도 환경이 쾌적하고 비행시간도 6시간 정도니까 낮잠 한번 자고 모유수유 1~2번 하고 조금 놀다 보면 도착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아직 돌도 안된 아이를 데리고 장거리 여행은 무리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항공권을 알아보면서 내 생각은 확 바뀌었다. 24개월 미만의 아이의 경우 항공권 가격이 국내선은 무료, 국제선은 성인의 10% 정도만 내면 된다는 걸 알았다. 이 정도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지 않은가!

영유아들은 주로 엄마 아빠의 무릎이나 품에 안겨 가거나 베시넷(항공기 내부 가벽에 붙이는 아기 침대)을 이용하기 때문에 소액만 받는 것. (단, 항공권을 예매할 때 베시넷 신청이 가능한지 꼭 확인해야 한다. 신청이 마감되면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항공사마다 베시넷을 신청할 수 있는 유아의 신체 조건이 다르므로 신청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대한항공의 경우 몸무게 11kg, 키 76cm미만의 아이만이 이용할 수 있다)

2명 비용으로 3명이 갈 수 있다는 단순한 계산법은 장거리 여행을 향한 나의 의지에 불을 질렀다. 늘 회사 눈치를 보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싼 항공권을 살 수 밖에 없었는데 아이를 거의 ‘공짜’로 태울 수 있다니 뭔가 보상받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해외 여행을 너무 가고 싶은 자기 합리화였을 것이다^^;;)

싱가포르 가는 비용에 조금만 더 보태면 너무나 가고 싶은 유럽 여행이 가능했다! 물론 마음에 걸리는 점도 있었다. 우선 비행시간이 두배 라는 게 부담스러웠다. 비행기 내부는 압력이 낮고 건조해 장거리 여행이라면 몸에 무리가 온다. 아이가 힘들어서 울면 다른 승객들에게 민폐가 되는 것도 걱정됐다.

그런데 고민도 잠시, 어디선가 ‘”내가 엄만데! 모든 상황을 커버할 수 있을 거야” 라는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여행을 가도 내가 함께 있으면 아이에게는 크게 다를 게 없을 거라는 ‘자기 합리화’가 또 다시 발동한 것이다.

결국 나는 유럽 중에서도 먼 스페인, 그것도 남부지역을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인천에서 마드리드까지 가는 비행 시간만 무려 13시간이 걸리는 그곳으로 7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가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아과 선생님께 장거리 비행이 아이에게 무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다. 선생님의 답변은 나의 여행계획에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건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거에요. 가장 든든한 엄마 아빠가 하루 종일 함께 있다면 그곳이 스페인이든 어디든 그게 중요하겠습니까. 비행기가 기압이 낮아서 힘들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수유를 하세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어려서 못 알아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많이 얘기해주고 많이 보여주세요. 머리엔 남지 않아도 마음엔 남아 평생 아이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겁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가족은 출산 후 첫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만약 베시넷 신청이 안된다면 아이와 함께 장거리 해외 여행을 추천하지 않는다. 성인 혼자서도 힘든 것이 장거리 비행인데 아이와 함께 타면 육체적 피로는 두배 이상이다. 다만 베시넷에서 아이를 재우거나 앉혀 가면 상대적으로 편하게 갈 수 있기 때문에 해 볼만 하다는 이야기다. 베시넷이 없어 아이를 안고 있으면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에 나가 떨어질 수 있다. (물론 퍼스트 클래스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다면 다르겠지만…)

또한 아이의 수면 시간을 고려해 항공권을 예매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 나는 밤 비행기를 예매해 비행기에 타서 마지막 수유를 한 후 아이를 베시넷에 재웠다. 중간에 한번씩 깨긴 했지만 푹 잘 잤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같이 탔던 미국인 가족이 있었는데, 이 가족은 첫째 딸은 6살, 둘째 아들이 태평이와 비슷한 6개월 영아였다. 12시간 내내 이 아빠는 아들을 아기 띠로 안고 서있었다. 아빠가 앉기만 하면 아이가 울어 댔기 때문이다. (엄마는 줄곧 우아하게 자리에 앉아 딸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담소를 나눴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 많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그의 어깨를 치며 “수고했다. 힘내라,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할 정도였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먼저 가까운 제주도 등을 한번 다녀올 것을 권한다. 비행기 안에서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고 장거리 비행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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