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모유수유, 이래서 엄마에게 더 좋다

출산을 앞둔 엄마들이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결심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아이를 위해서’입니다. 엄마는 온 몸이 찢어지는 듯한 산고를 겪고, 젖몸살을 이겨내고, 모유수유 이후 따르는 가슴 처짐을 감수해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아이 입장에선 얻을 게 많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잃는 게 훨씬 많다고들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타오르는 모성애(母性愛)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애(自己愛)를 떨쳐내 버립니다.

‘균’이 전혀 없는 청정지역 자궁에서 보호되던 태아는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수 만종류의 세균에 노출됩니다. 이 때 어떤 세균에 처음 노출되는지가 향후 아이의 면역체계 성립에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자연분만으로 세상의 빛을 본 아이는 산도를 지나면서 엄마의 질액 등 분비물에 있는 어마어마한 세균들로 온 몸을 코팅하고 나옵니다. 수십 년간 길러온 엄마의 면역력을 자연스럽게 물려받는 겁니다.

(단위:%,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하지만 제왕절개로 세상과 처음 대면한 아이가 처음 만나는 세균은 피부에 사는 포도상구균 혹은 병원 안에 사는 세균입니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전쟁을 하는데 온갖 최신 무기를 다 갖추고 시작하느냐, 맨 몸 하나 믿고 전쟁을 시작하느냐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모유수유는 흔히 ‘엄마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강조합니다. 자연분만이야 산모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돼 있지만 모유수유는 산모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죠. 모유는 엄마가 가지고 있는 항체와 면역 물질이 가득 들어 있어서 역시나 면역체계 형성에 좋습니다. 아이의 지능과 정서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고요.

여기까지가 많은 산모들이 아이를 낳기 전 의사 선생님이나 책을 통해서나 알게 되는 얘깁니다. 대부분의 경우 산모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주지 않습니다. 산모에게는 모성애가 더 큰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 분만과 모유수유가 아이에게만 좋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엄마에게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죠.

출산과 모유수유기에 있는 엄마들은 이구동성으로 “다른 건 다 힘든데 좋은 거 하나! 바로 한달에 한번 생리 하지 않는 거야!”라고 말하곤 합니다.

임신을 하면서부터 여성의 몸에서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배란을 막습니다. 모유수유 기간에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초경 이후로 폐경이 되기 전까지 한달에 한번 하는 생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남성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여성들에게 생리는 ‘여성성’을 입증하는 가장 큰 상징인 동시에 고통과 귀찮음의 대상이기도 한데요. 대부분의 경우 생리를 전후해 정신적·육체적인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스트레스는 자궁과 난소, 수란관 등 내부 생식기관도 똑같거나, 훨씬 더 심하게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종이에 베인 상처도 쓰라려서 신경이 곤두서는데, 매달 두꺼운 벽이 만들어졌다가 허물어지는 걸 반복하니 극심한 자극에 시달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죠.

자극을 많이 받고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암세포’가 자꾸만 자리를 잡으려고 합니다. 계속해서 난자를 배출하는 난소, 벽을 허물고 다시 만들고 하는 자궁에 특히 암세포가 잘 생겨나서 생리하는 것 자체가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을 유발하는 위험인자가 되는 셈입니다.

유방암도 마찬가집니다. 생리 전후로 가슴이 팽창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는데요. 모유수유를 하면 이런 변화도 없어지고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합니다. 전반적인 임신과 출산, 모유수유기까지 여성과 관련된 생식기관들이 휴식기를 가지면서 자극을 더 받고 스트레스를 덜 받아 암세포가 생길 확률이 줄어드는 겁니다.

임신 기간은 약 10개월로 비슷하지만 모유수유 기간은 제각각 입니다. 여성 생식기관들의 휴식기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유수유를 최대한 길게 하는 거란 얘깁니다. 그리고 모유수유를 하기에는 제왕절개보다 자연분만이 유리합니다. 제왕절개는 수술이기 때문에 몸이 회복될 때까지 거동이 불편하고, 수술에서 사용한 마취제와 회복을 위해 투여하는 항생제가 모두 배출될 때까지 모유수유를 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13년 유방암 위험인자 연구에서 2011년까지 연구된 논문들을 추적 조사해 봤더니, 모유수유를 한 여성은 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병 확률이 11%나 낮다고 합니다. 특히 임신기간이 길고 모유수유 기간이 길수록 발병 확률이 차이가 훨씬 커지는 게 확인됐습니다. 이는 난소암, 자궁내막암도 마찬가집니다.

그러고 보면 과거와 비교해 최근 여성관련 암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싱글족 증가, 저출산, 만혼(晩婚) 등의 세태 변화와도 연관이 깊다는 알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선사시대에는 여성들이 일생동안 생리를 50번 정도 했는데 현대에 들어와서는 만혼 등 출산이 줄면서 440회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용석 여의도 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과 출산, 모유수유는 여성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러 연구결과에서도 나왔다”면서 “아이를 많이 낳고 모유수유를 길게 할수록 여성암에 걸릴 확률은 크게 줄어든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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