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메시 될래요”…’축구=남성 스포츠’ 공식 깨져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세계 여자축구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여자 축구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았음에도 많은 국가들에서 편견이 존재했고, 선수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았다. 라틴아메리카도 예외가 아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남자팀들이 세계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동안에, 여자 축구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남성우월주의 전통이 강한 데다 축구와 여자는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남아메리카 여자축구 선수권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가장 앞선 나라로 평가되는 브라질 조차 1941년부터 1979년까지 여자가 축구 하는 것을 금지한 아픈 역사가 있다. 과거부터 수백만명의 브라질 여성들이 프로, 아마추어 리그 또는 여가활동으로 축구를 한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런 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렇게 보면 남자축구와 여자 축구의 실력 또는 대중적 인기가 차이가 한 사회의 남녀의 지위, 또는 남녀평등의 척도를 나타내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남자 축구의 강국들은 여자 축구도 강하다. 미국에서는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는 운동복 차림에 축구공, 축구화를 들고 캠퍼스를 누비는 여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여성축구 관련 아마추어 클럽활동도 왕성하다. 덕분에 그닥 존재감이 없는 남자팀에 비해 여자 축구에서는 세계 최강국중 하나다.

마라도나,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의 경우도 축구는 남성스포츠라는 이미지가 확고해 여성의 축구 참여를 경시하는 풍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르헨티나에서도 그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여자축구학교의 설립자 파울라 페르난데스 델가도는 ”사실 사회적으로 여자들이 공을 차고, 필드를 누비는 일이 이상하지 않게 된 건 최근 일이다. 부모들도 더 이상 여자아이들에게 인형, 남자아이들에게는 축구공을 선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자축구가 여가활동으로 급속히 퍼져나가는 현상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의 구장 대여상황을 살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오늘날 최소 100만명의 아르헨티나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축구를 즐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프로 스포츠로서는 갈길이 멀지만 여가 활동으로는 이미 정착단계에 접어 들고 있다. 여자 쪽에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가장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단체 스포츠중 하나가 축구다. 한번 시작한 여성들은 동성 또는 이성 친구들과 땀을 흘리며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팀웍의 즐거움을 깨닫는다. 여성 스스로가 운동하는 여성, 건강미 넘치는 여성, 근육있는 탄탄한 몸매를 매력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했다.

축구가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의 이런 변화는 자연스레 지역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서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에서 최초 여자 프로축구 리그가 결성됐다. 남미축구연맹은 앞으로 여자축구팀이 없는 경우 남자팀도 국제리그에 출전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프로리그 뿐 아니라 아마추어리그와 여성의 일상의 여가, 취미활동으로서도 축구는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이정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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